전체 글(106)
-
[부분 발췌] 세사르 바예호, 프레스코화
그러나 사랑의 눈물에게, 샛별들은 가슴을 적시는, 연보랏빛, 오렌지빛, 초록빛 앙증맞은 예쁜 손수건. 지금 그 비단에 진한 쓰라림이 있다면, 결코 태어나지 못하는, 결코 스러지지 않는 애정이 있다면, 묵시록적인 다른 거대한 손수건이 날아오르리라, 하느님의, 미증유의 푸른 손이! Pero para las lágrimas de amor, los luceros son lindos pañuelitos lilas, naranjas, verdes, que empapa el corazón. Y si hay ya mucha hiel en esas sedas, hay un cariño que no nace nunca, que nunca muere, vuela otro gran pañuelo apocalíptico, la..
2022.03.19 -
찰스 부코스키, 내 독일인 친구
오늘 밤 태국산 싱하 몰트 맥주를 마시며 바그너를 듣는다. 오늘 밤 바그너가 건넌방에도 모퉁이 저펀에도 어딘가에도 살아 있지 않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물론 그는 나처럼 자기 음악에 빠져 있겠지. 양팔을 따라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오싹하다. 그는 여기 있다 지금. / 민음사 세계시인선 48 찰스 부코스키
2022.03.18 -
찰스 부코스키, 두 왈짜
L.A. 시립대학엔 왈짜가 둘 있었다. 나, 그리고 제드 앤더슨. 앤더슨은 풋볼 공을 잡으면 번개처럼 질주해 돌파하는 대학 역사상 최고의 러닝백이었다. 나는 험상궂게 생긴 주제에 스포츠를 별종들의 게임 정도로 여겼다. 내 보기에 더 큰 게임은 우리를 가르치려 드는 인간들에 대한 도전이었다. 제드와 나는 캠퍼스의 양대 걸물이었다. 제드는 야간 경기에서 달리기 기록을 60, 70, 80야드로 차츰 갱신했고 나는 낮 동안 죽치고 앉아 알지도 못하는 것을 지어냈다. 내가 아는 것은 죄다 많은 교수들이 말을 뱅뱅 돌리며 요리조리 피할 만큼 나쁜 것들뿐이었다. 대망의 날 제드와 나는 마침내 만났다. 캠퍼스 맞은편 주크박스가 있는 작은 가게에서. 그는 친구들과 앉아 있었고 나는 내 친구들과 앉아 있었다 "가 봐! 가..
2022.03.18 -
글입다 / 데미안 - Mature 잉크 발색
글입다 - 데미안 2종 중 Mature (성숙) 발색 종이 : 토모에 리버 구형
2022.02.10 -
[딥펜] 딥펜 종류, 입문, 추천 펜촉, 필수품, 주의사항
펜촉의 종류도 너무 많고, 이름도 너무 어려워서 진입장벽이 느껴지기 쉽지만 사실 캘리그라피를 좀 했다면 누구나 가장 편한 도구로 딥펜을 꼽지 않을까? 매너리즘에 빠진 사람들이 종종 깎은 나무 젓가락이나 면봉 등 기괴한 도구로도 글씨를 예쁘게 써내는 기행을 저지르는데, 그런 걸 보고 같은 시도를 하는 입문자를 보면 안타깝다. 딥펜이 가장 편하다. 씻기 좋고, 소모품이지만 관리만 잘 한다면 충분히 반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다. 딥펜을 사용하려면 닙(펜촉)과 닙을 꽂을 홀더(펜대)가 필요하다. 종이, 물감, 잉크 등 부수적인 재료도 역시 필요하겠지만 모든 것을 언급하기엔 내게 너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펜대에 여러 개의 닙을 갈아 끼우며 사용할 수 있다. 촉을 바꾸는 방식도 '꽂고' '뽑고'로 아주 ..
2022.02.10 -
베르톨트 브레히트, 호수와 강에서 헤엄치기에 관하여Vom Schwimmen in Seen und Flüssen
1 창백한 여름날, 바람이 위에서 커다란 나무들의 잎사귀만 스칠 때, 강이나 연못 속에 누워야 한다. 곤들메기가 서식하는 수초처럼. 육체가 물에서 가벼워지는 법. 팔을 가볍게 물에서 하늘 쪽으로 놓아둘 때, 가벼운 바람이 갈색 나뭇가지로 잘못 알고 팔을 흔들어 주리니. 2 하늘이 한낮에 부여하는 굉장한 적요. 제비들이 날아올 때 눈을 감는다. 진흙이 따스하니 차가운 물방울이 솟아오를 때, 물고기 하나가 막 지나간 것을 안다. 나의 육체, 허벅지, 미동하지 않는 팔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고요히 누워 있는 것 차가운 물고기들이 지나갈 때, 비로소 햇빛이 연못 위로 비추는 것을 느낀다. 3 오래 누워 밤에 긴장이 풀어져서, 그러니까 사지가 쑤셔 오는 때, 철퍽철퍽 모든 것을 푸른 강물 속에 딱 부러지..
2021.08.31 -
베르톨트 브레히트, 영아살해자 마리 파라르에 관하여
1 마리 파라르, 4월 태생, 미성년자, 구루병, 고아인 것 빼고는 드러낼 게 없는 여자, 지금까지 책잡힐 일 없이 살아왔다는 그녀가 한 아이를 살해했다 주장한다. 임신 2개월째 접어들었을 때 벌써 여자 주인집 어느 지하실에서 두 번의 주사로 아이를 떼려고 했다 한다. 고통스러웠으나 아이는 안 나왔다 한다. 그대들에게 청하노니, 분노하지 말기를, 피조물은 모든 피조물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2 파라르는 저지른 일에 대해 동등한 대가를 치렀다 한다. 계속 허리띠를 졸라맸으며 소주에 후추를 갈아 마시기도 했다 한다. 전혀 소용이 없었다 한다. 당시 아직 성장 중이던 파라르, 마리아에게 기도하며 많이 의지했다 한다. 그대들에게 청하노니, 분노하지 말기를, 피조물은 모든 피조물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3 보기에 기..
2021.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