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톨트 브레히트, 호수와 강에서 헤엄치기에 관하여Vom Schwimmen in Seen und Flüssen

2021. 8. 31. 13:27감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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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백한 여름날, 바람이 위에서

커다란 나무들의 잎사귀만 스칠 때,

강이나 연못 속에 누워야 한다.

곤들메기가 서식하는 수초처럼.

육체가 물에서 가벼워지는 법. 팔을

가볍게 물에서 하늘 쪽으로 놓아둘 때,

가벼운 바람이 갈색 나뭇가지로 잘못 알고

팔을 흔들어 주리니.

2

하늘이 한낮에 부여하는 굉장한 적요.

제비들이 날아올 때 눈을 감는다.

진흙이 따스하니 차가운 물방울이 솟아오를 때,

물고기 하나가 막 지나간 것을 안다.

나의 육체, 허벅지, 미동하지 않는 팔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고요히 누워 있는 것

차가운 물고기들이 지나갈 때, 비로소

햇빛이 연못 위로 비추는 것을 느낀다.

3

오래 누워 밤에 긴장이 풀어져서, 그러니까

사지가 쑤셔 오는 때,

철퍽철퍽 모든 것을 푸른 강물 속에

딱 부러지게 던져 놓아야 하리.

밤까지 버텨 내는 것이 가장 좋은 법,

강과 수초들 위로 창백한 상어 같은 하늘이

음험하고 탐욕스럽게 나타나리니

사물들 모두가 자신에게 도움 되는 때.

4

물론 늘 그렇듯 등을 밑으로 하고

누워야 하는 법, 떠내려가게 말야.

헤엄을 치지 말고, 그래 그러니까

많은 자갈 중 하나인 듯한 자세.

하늘을 쳐다보고, 그러니까

여자가 아이를 안고 있는 자세 말야.

신이 저녁때 강에서 헤엄치는 자세.

큰 동작 전혀 없는 신의 자세.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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