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2. 20. 14:54ㆍ감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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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 많습니다. 한국어 네이티브입니다.
침대 밑의 남자
침대 밑의 남자
거기서 몇 년을 기다려온 남자
떠다니는 내 맨발을 기다리는 남자
어둠을 탄 먼지덩어리들처럼 고요한 남자
작고 흰 나비들이 숨쉬는 것 같은 숨결을 가진 남자
내가 전화를 받을 때 들리는 그 호흡으로 숨쉬는 남자
은도 검게 만드는 숨을 쉬는 거울 속의 남자
옷장 속에서 좀약 데굴거리는 소리를 내는 뼈만 앙상한 남자
끝자락의 끝에 있는 남자
나는 오늘 그를 만났다, 나는 항상 그를 만난다
그는 바의 호박색 허공 속에 서 있다
누굴 부르는 손가락처럼 새우가 말려 있을 때
그 새우 꼬치가 공중을 지나갈 때
얼음이 깨질 때, 내가 막 떨어지려고 할 때 1)
그 구멍마다 그는 자기 얼굴을 들이밀고서
눈동자 없는 눈을 내게 향하고 있다
나를 끌어내리려고 몇 년을 기다렸다
이제 그는 내게 말한다
나를 집에 데려다주기만을 기다렸다고
죽음과 처녀처럼2) 우리는 거리를 왈츠로 지나온다
우리는 내 방 벽의 벽으로 떠간다
그가 내 꿈에 불과하다면 그는 내 몸 속으로 다시 접혀들어올 거다
그의 숨결이 내 뺨의 유리에 김으로 편지를 쓴다
나와 그를 어둠처럼 감싸고
나는 그의 입으로 숨을 쉰다
그렇게 그를 진짜로 만든다
1)
원문은 When the ice cracks and I am about to fall through.
Fall through the cracks라는 말에 잊어버리다라는 의미가 있어서(국어로 변환하기엔 아주 어렵겠지만) 이 뉘앙스를 의식하는 중의적인 해석도 가능하겠다.
2)
Death and the maiden.
중세부터 예술에 자주 쓰인 모티브. 젊은 여성과 죽음의 의인화(대체로 해골) 이미지로 쓰인다. 회화, 시, 가곡 등에 많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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